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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이야기

나에게 영재임을 아는 것에 대한 의미

나와 첫째 아들 태오와의 관계는 아주 돈독했다.

정말 진심으로 나에게 와준 천사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관계가 흔들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둘째 임신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지만

2년동안 동생이 갖고싶다는 태오의 바램이 있었기에..

(인형도 사줘보고, 친구의 동생이나 동네 동생들을 만나게 해줘도 자기와 완전한 가족이 아니라는것을 알아서일까 .. 진짜 동생이 갖고싶다고 울기도 했다 ㅠ)

시도라도 해보자, 그래서 안되면 어쩔 수 없는거니까, 적어도 작은 (?) 기도라도 해보자 하고 기한을 정해두었다.

그래도 적극적인 시도를 하지 못한것은 내 내면에선 출산과 육아 과정이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강해서였던 것 같다.

소극적인 시도에 덜컥 임신..ㅎ

아무것도 모르는 태오는 그저 좋아해주었다.

반면 나는 많이 심난한 상태였다. (이건 출산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가장 염려되었던건, 나 외에 다른 애착관계가 없는 태오였다.

출산하게되면 아무래도 많은 변화가 있을텐데, 그중에 제일은 나와 분리되는것일텐데 괜찮을까? 하는 마음..

한창 코로나가 심할때였기에.. 출산 후 조리원을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병원에 2박 3일은 떨어져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출산 후에 아기를 재우고 하려면 태오랑은 같이 자는게 힘들텐데 등등.. 나의 모든 걱정은 태오와의 관계였다.

 

그리고 출산 뚜둥

출산 전에 나름 태오에게 설명도 해주었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상황에서의 감정은 다를터 ㅠ

우리 네 식구는 정말 격동의 1년을 보낸 것 같다.

그렇게 태오의 예민함과 불만은 점점 커졌고, 반면에 신생아를 돌본다는 이유로 태오의 과민반응에 적절히 대응해주지 못하는 나에 대한 무력감에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고자 풀배터리 검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아이의 불안한 감정에 대한 이해와 함께 초등학교 입학 전에 아이 기질을 이해하고 양육하자는 목적으로 진행한 검사였는데

결과는 너무 의외였다.

 

지난 '감동스러운 편지'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태오는 빠른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결과를 받고도 '영재'라는 키워드를 떠올린게 아니라 '이 수치와 영재판정은 다른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집에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태오가 받아온 수치는 전체 백분위 1%에 해당하는것이었고, 그 수치를 고도영재라고 한다는 말을 보고 다시한번 센터에 전화드렸다.

"제가 잘못 이해한 것 같은데 다시한번 이 수치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선생님께선, 성대경시 준비하고 특목고 준비하는 아이들이 받는 수치인데, 여태 태오가 아무 학습을 받지 않았다는게 오히려 의외라고, 충분한 자원이 있는데 왜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냐고 되물으셨다.

 

태오가 특별히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아이의 속도에 맞춰 교육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주변에 교육을 일찍 접한 아이들이 많아서 태오가 특별하다고 생각 못했던것 같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영재임을 일찍이 알고 아이의 특성에 맞게 교육해주는 부모님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주변에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이유는 아이에게 부담을 주고싶지 않아서였다.

나 역시 "영재"라는 키워드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기에 검사결과를 받고서도 받아들이지 못했지 않았나.

뭔가 특별하게 두각을 나타낼 것 같고, 특이할 것 같은.. 그렇지만 태오는 정말 평범하기에.. 그저 조용히 현행대로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뭔가 태오가 그동안 왜그렇게 불안해하고 심난해했엇는지에 대한 이해가 되고나니 급한 불이 꺼졌다 싶어

나의 지난 깊은 우울증에 대해 돌아보기 위해 나도 센터에 다니기 시작했고, 왐마.. 나도 태오와 비슷한 수치의 결과를 받고 뜨악했다.

처음엔 나같은 사람이 받는 수치면, 태오 점수도 너무 상향돼서 나온거 아니야? 하는 의심이 시작되었는데

여러 정보들과 나의 지난 과거들을 돌이켜보니..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포스팅을 하기로 결심하기까지 되었다.

 

이 세상에는 나같은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왜 이런 고민들을 하고 살아가는지, 자기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항상 궁금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그래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용기내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태오와 나의 이야기

우리 주변에 있을 숨겨진, 밝혀지지 않은, 자신도 모르는 영재성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말주변이 없어서 고민도 했지만.. 어차피 많은 사람이 봐줄 것 같지도 않으니 ㅎㅎ

기록용, 내 머릿 속 생각 정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