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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이야기

영재들의 고민

올해 아이와 나의 정신건강을 위한 풀배터리 검사로 알게된 지능지수는
알게모르게 생활에 영향이 생길수 밖에 없었다.
 
아이가 영재라는 것을 알기 전에,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던 아이 엄마가 웩슬러 검사를 받고 아이가 영재라 혼란스러웠다는 말을 듣고
그게 왜 혼란스러운건지 궁금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아이와는 태오와 3살때부터 알고 지냈기에, 어느정도 아이에 대해 알고있었는데
사실 나는 그 아이가 영재일것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왜냐하면, 학습욕구도 강했고 인지능력도, 언어구사력도 남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영재는 알아서 척척 잘 살아갈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혼란스럽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도보고, 곧 태오도 정서문제로 풀배터리 검사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가볍게 하고 지나갔었다.
그 친구어머니의 말로, 
영재아이는 뇌 발달이 고르게 성장하는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인지능력이 빠르게 발달하는 만큼 정서적인 부분이 늦어질 수 있어
사회성이 떨어질 수 있고, 초등공교육이 하향평준이라 아이가 학교에 흥미를 잃을 수 있어서라고 했다.
그래서 비슷한 지능지수의 아이들과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관계형성이 중요한데, 
지능지수 상위 2~3% 이상만 되어도, 100명 중에 2~3명이니, 한 학급에 20명 내외인 현황에서 같은 수준의 아이를 만나기는 더욱 쉽지 않아 아이가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듣고, 이제 태오랑은 같이 놀기 힘들려나.. 하는 아쉬움을 갖고 헤어졌었다.
 
몇달 후 예정대로 검사를 받고 나왔고,
의외의 지능지수 검사결과를 받고 조금 황당한 마음에 이것저것 알아보다
'영재 특성'을 알게되었는데
태오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마음속에 '역시 태오는 평범해, 지능지수는 참고만 하자'라고 생각을 정리했었다.
그러다 나 혼자 속단 내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영재친구 어머니의 소개로 영재전문 양육상담을 해주시는 '지형범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보다 얘가 정말 영재성을 갖고있는게 맞는지, 그럼 어떻게 양육해야하는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특별한 사교육을 하고 있지 않기에
만약 사교육을 해야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등등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
 
선생님께서, 수년간 전국 각지의 아주 많은 영재를 만나고, 그 가정 환경과 양육실태를 보고 듣고 알고 계시기에 보다 정확히 아이를 볼 수 있고 그에 맞는 로드맵을 제안해줄 수 있다고 하셨다.
아이를 직접 대면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에 대한 풀배터리 평가지와 나와의 대면상담을 통해 결론을 내려주셨고,
 
1. 고도영재가 맞으나 아직 발달단계라 발현되지 않은것이 많으니 과도한 자극주지 말아라.
(한국인 평균이 109정도 되니, 평균보다는 조금 앞선 정도의 115~129정도(정확히는 기억이 안난다)가 행운의 별이라고 하셨다. 태오는 그 범주 밖이라 더 힘들것이라고 하셨다.)
(과도한 자극으로 오히려 아이에게 강박이 생길 수 있고, 학습동기부여와 호기심이 사라질 수 있다.)
2. 정서적 불안도가 높다. 과도하게 인내심이 높은 성향이 있어 자기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라.
(자신을 믿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라.)
3. 선행하지않아도 된다. 그냥 두면 알아서 할 아이이니 자기가 하고싶다고 할 때 까지 열심히 놀고 열심히 이곳저곳 다녀라.
(많은 경험을 통해 얻는 경험이 학원 다니며 영어 수학 배우는 것 보다 훨씬 큰 가치가 있다.)
4. 자기가 영재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좋다. 정체성의 혼란을 갖지않도록 알려주는 것이 좋다.
5. 만화책도 상관없다. 읽고싶은 책 다 풀어놓고 제한하지말고 보여주어라.
등등이었다.
 
이전에 인터넷으로 알아봤던 영재특성과 고민들에 대한 답이 너무 예상 외라 사실 명쾌하다는 느낌보다는 긴가민가 하며 나왔던 기억이 있다.
나는 사실 아이에게 지능지수를 알려준다거나 영재라는 단어를 표현하는게 맞는지 노파심에 말하지못했다.
사교육은 원래 안하고있었고, 아이도 관심이 없어 나중에 천천히 하자는 생각이라 동의했지만
풀배터리 검사 받았던 기관에서 '이런 자원이 있는 애를, 남들은 못보내서 난리인 성대경시반이나 의대준비반에 왜 안보내냐. 지금 아무 학습 안받고 이 지수 나왔으면 사고력수학 배워서 왔다면 더 높았을것이다. 아이 발달을 위해 신경써라'라는 핀잔아닌 핀잔을 받았던 터라.. 이 부분도 헷갈렸다.
만화책의 경우, 독해력과 상상력 문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지양하고있는데 상관없다는 말씀에 의아했다.
 
그런데 지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커뮤니티를 통해 이미 많이 자란 영재아이를 키우셨던 다른 어머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영재아이들은 특성들이 다들 저마다의 색깔로 있어서 그에 맞는 양육을 해주지 않으면
보통의 지능지수의 아이들과 달리 정서적인 문제가 금방 나올 수 있어 세심히 지켜보고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학습성취도가 낮아질 수 있고 자기비하와 삶에 대한 관점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말을 볼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지선생님의 의도는
아이에 대해 너무 많은 제한을 두지 말라는 말씀 같았다.
행복한 유년기를 보낼 수 있게 하라는 말씀..
선행을 해서 앞서가는 아이들을 보고 불안해지면 그 때 본인 의지로 달리는 것이 미리 엄마에 의해 달리는 것 보다 성취도도 높고 자존감에도 영향이 있다는 것.
만화를 좋아한다고 만화에만 빠지지 않을 아이라는 것을 믿으라는 것.
자기가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는 것 등등이 삶에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되었다.
 
지선생님이 운영하시는 영재이든센터 네이버카페에서는 이런저런 고민들이 많이 올라온다.
남들에게, 가족에게도 말 못할 고민들..
영재라는 낙인으로 '이것도 못해? 영재라면서?'라는 시선..
그래서 밝히지못하고, 재능을 숨겨야하며, 혹시 잘하는게 생겨 시기를 받을 수 있으니 고민거리가 있을 때도 잘난척한다 소리 들을까봐 말하지 못한 고민들을 그 곳에서 나눈다.
 
돌이켜보면 태오도 발달과정에서 잘하는 부분에 대해 나의 친정엄마에게만 가끔 말했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영재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을 때였지만
팔불출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부러움이 축하로 끝나면 좋지만 시기와 질투로 변하는건 한순간이기에.. 나에대한 반감이면 상관없지만 성장하고있는 아이에게 그 화살이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지금도 많이 감추고 있다.
 
요새 백강현군과 영재판정 받은 아이, 이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있는 학생들에 대해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잘하는 것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그 때 친구의 엄마가 혼란스럽다고 말한것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살고있는 지역이 대한민국에서 학구열로 낮지 않은 지역이다보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지금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낼 친구들과 즐거운 청소년기를 보내고 자랐으면 하는 마음..
서로의 장점을 격려하고 인정해주며 학급 성적에 연연하지않았으면 하는 마음..
성적과 지능지수는 같지 않으니 나 역시 아이의 학습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AI와 인구절벽으로 앞으로 태오가 살아갈 세상은 내가 살아온 세상과 많이 다를텐데
부모로써 어떤 울타리가, 어떤 비빌 언덕이 되어주어야할지 오늘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