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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이야기

쉬어가는) 너-무 빠르고 쉽게 정보를 얻는 우리들

 

대학생 시절 단기어학연수로 캐나다 벤쿠버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정말 문장 하나에 동사가 하나라는 사실도 몰랐고,  'I am a girl'이 왜 이런 구조여야되는지 생각도 안해볼만큼 하얀 백지상태였기에 당연히 ESL코스의 단계는 Beginer였다.ㅋ 다행인건(?) 나이가 나보다 어린 사람을 찾기 어려울만큼 세계 각국의 성인들이 몰려서 공부하는거라  서로 언어의 장벽이 분명 있었음에도 차츰 공감대도 형성됐고 교실 분위기가 좋아학습능률이 꽤 높았던 것 같다.

그때 일본인 친구는 '난 알게됐어~!'라는 문맥의 말을 할 때 'I notice'라는 말을 굉장히 자주했었다. '나 엄청 맛있는 식당 알아냈어!', '이번주에 공원에서 재밌는 행사가 있다는걸 알게됐어!'라던지.. 혹은 '저 선생님 엄청 젊어보였는데 아이가 3이나 있는 엄마라는걸 알게됐어!'라던지 말이다.. 엄청엄청 말이 많았던 학생이었고 엄청엄청 활발했던 아이라 ㅋ 그 아이덕에 주변 일본인 친구들은 다들 'I notice'라는 말을 많이 썼고, 그들보다 늦게 입학한 나는 그저 '아 원래 저렇게 말하는거구나~'하고 따라하기 시작했다. ㅋㅋ

그러다 토론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그 문제를 간파하고 잘못된 단어암기방법에 대해 지적하셨다. 그리고는 평소에 어떻게 공부하고있는지 점검해주시면서 절대 '전자사전'을 찾아보지 말아라! 라는 말을 하셨다. 발음 체크를 하는 것 외에 전자사전을 이용하려거든 급할 때만 '영영사전'으로 찾아보고 안외워지는 단어에 집착하지말고 쉬운 단어로 풀어서 설명하고 원어민에게 '이런 표현은 어떤 단어로 말할 수 있지?'라고 물어보라고 하셨다. 그건 나에게 약간 충격적인(?) 교육방법이었다. 단시간에 많은 단어를 외웠어야했던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의 어학공부방법과는 너무 달랐다. 그래도 나는 학생이니까 선생님 말씀을 듣고 그 다음부터는 궁금하다고 바로 사전을 찾아보지않고 메모해두고 수업시간엔 '이 문맥에 들어간 단어니까 이런 뜻이 아닐까?'하는 생각으로만 넘기고 집에가서 사전을 찾어보고 공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생각보다 번거로웠지만 기억은 오래됐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고 내가 경험한 전자사전보다 책사전(?)이 공부효과가 더 높았던 이유

1.  스펠링을 계속 생각할 수 있다.

예를들어, beginer를 찾아본다고 했을 때, 먼저 b부터 찾는다. 그 때 마음속에 b...b......b..하면서 A와 C사이를 뒤적이고, 그 다음엔 e...e..e.....하고 읊어가며 d와 f에서 뒤적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단어 하나를 찾는데 스펠링을 음미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일단 처음에 단어의 철자는 자연히 머릿속에 남게된다.

 

2, 암기의 휘발성

빠르게 얻어진 정보는 그만큼 빠르게 휘발된다. 시험 하루전 벼락치기의 성과는 굉장히 높지만 그 시험시간이 끝나면 사라져버리는것과 같다. 조금 더디더라도 조금이라도 시간을 들여 공부한 것은 그만큼 머리에 남는다.

 

3. 손가락 한두개로 정보를 찾지 않는다.

손은 엄청난 학습도구라는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다. 그냥 눈으로만 보는것과 손으로 직접 노트필기 하는것과의 학습능률이 다르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납득이 될 것이다.

전자사전에 이용되는 입력도구인 키패드는 너무나 단순하게 많아봐야 두개의 손가락만 이용한다. 그리고 내 글씨체가 아닌 컴퓨터의 폰트로 글씨를 보게된다. 당연히 밑줄은 그어봤자 나중에 찾아볼 때 더 빨리 찾아볼 수 있는것 말고 암기에 도움은 크게 되지 않는다.

반면, 책 사전의 경우는 책을 넘겨가며 손을 쓰는 것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화면이 아닌 더 가독성이 좋은 종이에 프린트된 것을 보게된다. 물론 아직까지 내 글씨는 아니지만 가독성 면에서 전자사전보다는 효과가 좋았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내가 메모를 해둘 수 있고 하이라이트를 내 펜으로 내가 긋는 것이기 때문에 기억에 조금 더 오래 남는다.

 

4. 이미지 기억

고등학교 때 시험시간에 '아!!! 이거 몇페이지 오른쪽 위에 지도에 나왔던 지역이었는데!!!'하며 기억했던 적이 있엇다면 이 내용에 공감할 것이다.

컴퓨터나 전자사전은 같은 프레임에서 보여지기때문에 위와같은 연상기억이 작용되기 어렵다. 반면에 책으로 된 사전은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넘겨가는 과정에서 어느 위치에 어떤것이 있엇는지 같이 나의 뇌에 저장되기 때문에 완전한 단어가 기억나지 않더라도 그 주변의 단어나 설명을 유추해서 떠올릴 수 있기도 하다.

 

5. 문법책과 실생활에서의 용법 차이

'나는 너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랐는데 정말 놀라운걸? 너의 생각은 놀라워! 하지만 이 방법은 어때?' 라는 문장을 보면

누가 일상생활에서 그렇게말해~~~ 라고 생각한다.

영어도 마찬가지.

영어도 그냥 누군가의 생활이고 누군가의 문화이고 누군가의 일상이다.

불편하게 나올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사전에서 나오는 예문, 문법책에서 나오는 문법은 말그대로 공부를 위한 것이지 생활에서는 달리 사용될 수 있다.

그리고 문법과 용법이 맞아도 일상에선 어색할 수 있다.

예를들면, "문닫고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문을 닫고 나가라는거야~

이럴 수 있는데 그냥 우리는 그 말이 무슨 말을 뜻하는지 알수 있다.

그래서 선생님은 원어민에게 더 나은 표현을 물어보라고 하신 것 같다. 그 당시엔 환경이 외국이니 그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이용해서 할 수 있고, 얼마든지 외국인 친구를 SNS를 통해 만날 수 도 있다. 적극 활용해보자.

 

 

이 공부방법은 비단 '단어암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